3개월 전

서브스턴스

(이미지는 생략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일단 좀 노력해서 이 영화를 가볍고, 납작하게 표현하자면 B급 고어무비와 피라냐 3D 풍의 호러를 합쳐놓은 '죽어야 사는 여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만 가지고는 이 영화에 대해서 말할 수가 없어요. 다른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신다면 저랑은 다른 느낌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광고나 트레일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한때 미모의 여배우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나이를 먹으며 인기가 떨어지고, 마침내 '더 젊고 예쁜 후임을 찾아야 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는 약물에 대한 정보가 들어온다.'

 

아마 많은 분들은 이 길지 않은 문장에서 이 영화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결말을 맞을지까지 대략적으로, 혹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예상 가능하실 것입니다.

그정도로 이 영화는 시작하고 약 10분에서 15분여 만에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예상을 쭉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던져 옵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어요 저한테는. 이미 예상 가능하니까. 이를테면 이 영화는 지독한 서스펜스 영화예요. 

더 질이 나쁜 건, 서스펜스는 시청자와 캐릭터 간의 정보 격차에 의해서 긴장이 만들어지는 구조인데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 역시 자기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 어렴풋이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꼼짝 못하고 앉아서 미래에 저에게 일어날 스트레스를 인지한 채로 그것을 모두 경험해야 했던 거죠.

이 영화가 바디호러이고, 자본주의가 여성에게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일에 대해서 끔찍한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대상화되며, 대상화된 여성의 정신이 어떻게 파괴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객인 저는 거기서 도망갈 수 없고, 그 모든 비판이 무색해지게 주인공과 함께 욕망이라는 이름의 폭주 기관차에 올라 타 최후를 상상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이 끔찍하고 비참한 일을 당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이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나 살점 등의 문제가 오히려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마지막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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