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비평] ProjectMoon, 달에의 착륙 대신 바다로의 추락을 택하다
게임은 상품이다. 게임사는 기업이며, 팬은 고객이다. 기업이 상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고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신뢰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게임사가 게임을 성공적으로 흥행시키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러한 팬들의 신뢰를 하루아침 사이에 저버리고 그 선택이 옳았다고 자위하지만,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실적을 다시는 낼 수 없게 된 게임사가 있다. 바로 ‘림버스 컴퍼니(이하 림버스)’를 서비스 중인 ‘프로젝트문(이하 프문)’이다.
그러나 이들 게임사에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프문은 대학교 동아리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그들의 첫 작품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뒤이어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라는 차기작을 출시하며 인디 게임 개발사로서의 저력을 인정받았다. 그들의 게임은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충분히 매력 있는 게임이었고, 그에 이끌린 팬들의 응원은 프문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팬들의 열성적인 호응은 림버스의 출시가 예고된 시점부터 더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 열기는 더 넓은 영역으로 퍼져나갔다. 프문이 림버스에서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팬들의 애정과 신뢰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팬들의 마음을 이끈 프문의 일관성
그렇다면 프문의 게임에서 드러나는 매력과 개성은 어떻게 팬들을 끌어들였고, 림버스의 흥행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었을까? 프문의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있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며 볼 수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였다는 평이 주요하다. 그리고 이들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 개의 독립된 게임이 하나의 주제 의식을 일관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문의 전작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과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서사를 바탕으로, 림버스까지 걸쳐 공유하고 있는 주제 의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문의 첫 작품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특이점이라는 비현실적인 기술이 중심이 되는 오버테크놀로지 사회에서, 그러한 기술 이용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큰 영향력을 지니는 회사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주인공 X는 사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거듭하는 연구소에 속한 A라는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 연구와 실험은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그 연구의 총책임자였던 C라는 인물도 자살하고 만다. A는 C의 유지를 이어 1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루프를 시도함으로써 참된 인간의 미덕을 깨우치려 시도한다. 그리고 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수많은 실패와 잘못을 저질렀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는 도피하지 않고, 그것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완성된 빛의 씨앗, 즉 미덕을 일깨울 가능성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에너지를 온 도시에 흩뿌리고 자취를 감춘다.
차기작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서사 구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시절 A을 셀 수 없이 도와 온 AI 앤젤라는 A가 아주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루프를 반복하는 동안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단 한 차례도 정을 주지 않은 A를 배반하고 인간이 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앤젤라는 A의 노력의 결실인 빛의 씨앗을 강탈하여 도서관을 세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만다. 그로 인해 아내와 아이를 잃은 증오를 품고 수많은 이들을 해친 끝에 앤젤라까지 해치기 위해 도서관에 진입한 롤랑은 종국에는 앤젤라 또한 피해자였음을 알고 그를 용서하고, 앤젤라 또한 자신을 죽이려 한 롤랑을 용서한 뒤 속죄하는 마음으로 과거에 강탈한 빛의 씨앗을 도시 전체에 되돌리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인 A와 앤젤라, 롤랑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한때 수많은 이들을 죽음에 빠뜨리고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과거가 있지만, 최후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여 더 나은 길로 나아가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 두 게임의 주제 의식은 ‘누구든지 잘못할 수 있고, 누구라도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모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선)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림버스 또한 이러한 주제 의식을 계승한다.
림버스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못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기독교의 ‘원죄’ 개념과 엮어 재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갖게 마련인 이기심과 그에 기반한 욕망, 다시 말해 칠죄종의 존재로 인해 죄를 짓는다. 이것은 림버스의 전투 시스템에서 칠죄종이 전투 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구현된다.
자료 화면에서 우측 하늘색 박스로 표시된 일곱 가지 아이콘은 칠죄종을 모티프로 삼은 전투 자원이다. 이들 자원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분노, 색욕, 나태, 탐식, 우울, 오만, 질투라는 이름이 붙으며, 스킬을 사용하여 자원을 획득하고 해당 자원을 소모하는 E.G.O라는 필살기를 사용하여 눈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해치운다.
프문이 공개한 설정에 따르면, E.G.O는 Extermination of Geometrical Organ의 약자로 이는 ‘기하학적 기관(장기)의 절멸’이라는 뜻이다. 기하학은 도형 및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완벽한 도형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현상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현상 너머 존재하는 현실, 즉 추상성을 다루는 학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추상성은 서로 다른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으로부터 공통되는 속성을 추출하는 과정 이후에 형성되는 어떠한 개념의 특성, 다시 말해 일반화되는 특성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를 바탕으로 해석한 E.G.O란, ‘집단으로 정의되는 일반화의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 즉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바로 E.G.O가 무기로 표상되고, 전투를 마무리하는 필살기로 연출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고, 그 죄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정체성을 확립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게임 설계를 바탕으로 림버스는 무결할 수 없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끝없이 과거를 반추하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똑똑히 마주한 끝에 어떤 시련에도 꺾이지 않고 나아가기를 결심한 이상처럼.
애정이란, 받은 것 이상으로 주는 것
참된 애정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프문의 게임에 이끌린 팬들은 언제까지고 프문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랐고, 림버스 대에 와서 큰 성공을 거둔 프문을 보고 순수하게 기뻐하는 이들이었다. 림버스 출시 이후에 프문의 팬덤에 발을 담갔기에 같은 팬들끼리 교류할 시간이 지극히 짧았던 나 또한 그들의 순수하고도 뜨거운 애정을 몇 번이고 느낄 수 있었다. 프문에 대한 팬들의 신뢰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추억 중 가장 생생했던 것은 프문이 운영하는 ‘햄햄팡팡(이하 햄팡)’이라는 레스토랑에 얽힌 기억이다.
햄팡은 프문의 두 번째 작품인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동명의 레스토랑에서 모티브를 따와 운영되는 레스토랑이다. 햄팡은 시즌별로 인테리어 콘셉트를 바꾸고, 그에 맞춰 판매 상품과 식음료 메뉴 등을 교체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가게 내에는 공식 굿즈샵과 팬들이 선물하고 간 수많은 2차 창작 굿즈가 전시되는 공간이 있었기에 프문의 팬이라면 누구든지, 몇 번이라도 가고 싶은 곳이 바로 햄팡이었다.
그러나 프문은 수원에 있는 회사였고, 서울에서도 찾아오려면 최소 두 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소요되었으며 프문과 인접한 햄팡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햄팡은 예약제로 운영되었고 방문할 수 있는 시기 또한 제한되어 있어 예약하려는 팬들 사이에서의 경쟁 또한 치열한 편이었다. 이렇다 보니 서울이나 수원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햄팡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고,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어도 먼 지역에서 방문하는 팬은 휴가를 쓰고 햄팡에 방문하는 일도 적잖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처럼 그리 좋지 못한 접근성에도 햄팡은 언제나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방문하기 불편한데다 예약을 위해 뚫어야 할 경쟁조차 치열한 곳을 자진해서 몇 번이나 방문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프문을 아끼고 좋아하는 팬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랬기에 프문은 이러한 애정을 등에 업고, 림버스에서 둘도 없는 최전성기를 맞이했기에 팬들은 프문이 계속 흥행 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프문 또한 팬들이 언제까지나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 믿음은 2023년 7월 26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깨져 버리고 만다.
아니, 어쩌면 깨진 것은 팬들만의 믿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프문은 팬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이 보여주려는 것을 어필하는 데 집중하는 게임사였으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최신작인 림버스에서조차 팬들이 꾸준히 제기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팬들은 없었던 것들을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프문의 첫 게임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은 나쁘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팬들조차도 부정할 수 없는 문제가 산재한 게임이기도 했다. 튜토리얼이 불친절하다는 것, UI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플레이어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의견에는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심각했던 프레임 드랍 문제는 게임의 최종 보스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또한 차기작인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출시한 이후 5년이 흐른 시점에 서비스를 시작한 림버스 또한 이러한 문제를 답습했다.
게다가 프문의 게임은 스토리를 주요 콘텐츠로 삼는 게임이었음에도 스토리 전달력이 애매해 열성적인 팬들마저도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일이 있었다.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에서는 주인공 중 하나인 롤랑을, 꽤 오랫동안 별개의 인물이었던 ‘검은 침묵’으로 이해하는 팬들이 많아 아트북으로 해명했다는 것은 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였다. 또한 림버스에서 최초로 서비스 중 추가된 4장의 스토리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여러 번 돌려본 끝에야 스토리를 이해했거나, 다른 이의 감상과 분석을 접하고 이해한 이들도 많았다.
프문은 게임사였고, 게임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마땅히 그들의 책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최신작에 와서조차 해결되지 않은 것은, 게임사로서 책임 의식이 미비하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림버스는 게임 출시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일부 유저에게만 보상이 두 배로 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오류를 겪은분과 아닌 분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재화를 회수하거나 2배로 받지 못한 분들에게만 재화를 지급하는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림버스는 이후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버그를 잡는 것에도 난항을 겪었고, 로드맵 등의 일정에 따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겠다는 약속도 거의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프문에 열렬한 애정을 품은 팬들은 그러한 단점을 게임이나 프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애정은 대가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프문을 사랑하고 아꼈던 팬들은 게임을 쾌적하게 플레이하지 못해도,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워도 프문을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했다.
안으로 굽은 팔을 밖으로 꺾다
하지만 프문의 팬들 대다수는 2023년 7월 26일 자정을 기점으로,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프문에 등을 돌리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프문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꾸준히 공론화하고 있다. 그토록 애정이 넘쳤고 믿음이 두터웠던 팬들이 왜 지금은 프문을 둘도 없는 원수처럼 적대하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프문이 그들 게임에서 꾸준히 강조했던 주제, 다시 말해 팬들의 애정과 믿음을 얻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메시지를 정면으로 배반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앞서 언급한 ‘누구든지 잘못할 수 있고, 누구라도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모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선)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메시지 말이다. 프문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직원을 악의적인 이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애를 쓰는 대신, 그를 헌신짝 내버리듯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날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나는 그날 일어난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타임라인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이었다. 디씨인사이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마이너 갤러리에서는 인기 여성 캐릭터인 이스마엘에게 비키니 대신 전신 라텍스 수영복을 입힌 인격을 출시했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은 이들이 있었다. 그 일러스트는 남성 일러레의 작업물이었지만, 그들은 그 일러스트를 여성 일러레가 그렸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스토리 일러레의 신상을 털어 그가 여성임을 확인했다. 그들은 그 뒤 트위터 계정에 올라간 트윗을 크롤링해 그가 불순한 사상을 지닌 페미라고 선동하고 해고를 종용하고자 프문의 사옥에 무단 침입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행위는 디씨인사이드 갤러 리에 실시간으로 중계되었기에, 불안에 떨던 팬들은 프문을 믿고 새로운 공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2023년 7월 26일 자정 프문의 림버스 공식 계정에 올라온 공지는 다름 아닌 ‘스토리 일러스트레이터와의 계약 종료’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 그렇게 팬들로 시끌벅적하던 햄팡에서도 팬들의 흔적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게임사의 행보에 실망한 팬들이 애정을 담아 만든 자신들의 굿즈를 더 이상 전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까닭이다. 팬들이 스스로 기증한 굿즈의 전시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 이 사건은, 그토록 애정이 깊었던 팬들마저 하루아침 사이 프문과 불구대천의 길로 들어섰음을 시사하는 사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외전 만화 ‘원더랩’을 작업한 작가와, 림버스의 프리퀄 만화인 ‘리바이어던’을 작업한 작가가 프문과의 협업 중에 겪었던 부당한 일들이 공론화된 것이다. ‘원더랩’의 작가는 구체적인 자료를 전달받지 못해 기존에 확립된 설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하기 위해 일일이 설정을 짜고 그것을 프문으로부터 검토받는 식으로 만화를 그려야 했으며, ‘리바이어던’의 작가는 촉박한 일정 내에 어시스턴트도 없이 무리한 분량을 소화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애정을 버팀목 삼아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깎아가며 무리해서 작업을 진행하던 끝에 건강상의 문제로 원치 않은 연재 종료라는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두 작가 모두 프문의 팬들에게 인기가 많고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기에,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프문에 큰 실망감을 느낀 팬들이 더더욱 큰 분노를 드러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이처럼 프문은 팬들을 비롯해 그들을 좋게 봐주었던 이들의 신뢰를 배반하는 패륜을 저질렀고, 사회자본으로서의 신뢰 또한 상실함으로써 미래의 발전 가능성까지도 걷어차는 우를 범했다. ‘누구든지 잘못할 수 있고, 누구라도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모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정의(선)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들이 만들어 온 게임의 주제에 완벽히 어긋났던 선택은, 그들 자신과 그들이 만들어낸 게임의 평가를 모두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편이 되어주었던 이들까지 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일러레가 쫓기듯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 이후, 프문은 자신들의 게임에서 부르짖던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그들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팬들을 영업 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을뿐더러 만화를 그린 작가들에게까지 저작권을 빌미로 민사 재판을 청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기에 팬덤의 신뢰가 회복되는 미래 또한 요원해졌다.
과거 림버스의 흥행은 수많은 결점을 포용해 준 애정 가득한 팬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하루아침 사이에 제 손으로 신뢰를 저버리고, 해가 바뀌어도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달에의 착륙이 아닌 바다로의 추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