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

[포켓몬스터/조각글] 토오의 하루

 토오는 오늘도 늪지에서 느긋하게 촉촉한 진흙에 뒹굴기도 하고 물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하며 평소와 같이 한낮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토오의 눈에 문득 한 무리의 우파들이 보였습니다. 그 아이들은 늪을 건너고 싶어 보였지만 그러지 못해 곤란해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는 물 포켓몬들 중에서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멋대로 침입한다고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토오는 자신이 우파였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때 자신도 다른 토오에게 도움을 받아 늪을 건넌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은혜를 갚을 때가 지금 온 것 같습니다. 토오는 우파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얘들아, 얘들아."

 

"응? 우리?"

 

 우파들은 두리번거리다 토오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토오는 방긋 웃으며 다시 말을 건넸습니다.

 

"으응. 너희 늪 건너려는 거지? 괜찮으면 태워줄게."

 

 우파들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역시 늪을 건너지 못해 곤란했던 모양입니다.

 

"진짜로? 고마워~"

 

"이 정도로 뭐얼. 자, 내 위에 타. 안 떨어지게 조심하구."

 

 토오는 우파들을 등 위에 태우고는 유유히 늪을 건넜습니다. 토오의 등은 널찍했고 우파는 아주 작고 가벼웠습니다. 그러니 그건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고마워, 토오!"

 

"이 정도로 뭘. 그냥, 한 가지만 약속해 줘."

 

"응응. 무슨 약속?"

 

 토오가 고마워하는 우파들에게 무어라고 속삭이자, 우파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습니다. 토오는 그런 우파들을 보고 빙긋 웃으며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너희도 토오가 되어도 우파를 잊지 말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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